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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가족애가 가득 담긴 다섯 권의 육아일기-박정희선생의 수채화展을 보고

고경옥

독자투고(40)
고경옥 / 이랜드문화재단 큐레이터

밀알미술관에서 열렸던 박정희 선생님의 전시(2010 .10.20 - 11.9)는 온통 꽃밭이었다. 진달래, 수선화, 국화, 채송화, 나리, 장미, 봉숭아, 해바라기, 그리고 이름 모를 야생화까지. 전시장을 들어가면 현란한 색으로 빛나는 꽃들로, 진한 꽃향기가 전해지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되었다.

전시장에는 섬세하게 묘사된 85점의 꽃그림과 여행기, 그리고 삽화 20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 많은 양의 작품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작품을 그린 분이 88살의 할머니라는 것이었다. 거동이 불편하고, 정신조차 명료하지 못할 수 있는 88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 많은 작품들을 그려냈을 거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작가는 섬세하고 세밀한 묘사로 꽃들의 다양한 얼굴 표정을 포착해 내었다.

한글점자 창시자인 송암 박두성선생의 차녀로 탄생한 박정희선생은 독학으로 오랜 기간 수채화작업을 지속해 오신 분이다. 박정희선생은 본격적인 작품창작 이전인 20대부터, 육아일기를 쓰며 손수 삽화를 그려 가족의 일상을 담아내셨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수채화작품과 더불어 1940년대에 만든 박정희선생의 다섯 권의 육아일기와, 직접 만드신 동화책, 그리고 여러 가지 사진자료가 함께 전시되었다.

지금이야 육아일기가 보편화되어 있는 것이지만, 1940년대에 다섯 남매의 육아 성장일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기 속의 그림과 글자 하나마다 삶의 기쁨, 환희, 소망, 그리고 한 가족의 작은 역사가 숨쉬고 있다. 현재 이 다섯 권의 육아일기는 『박정희 할머니의 육아일기(한국방송출판, 2001)』 로 출판되어 시대를 뛰어넘는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전해주고 있다.

1950년대 전쟁을 겪고 1960년대를 지나면서 한국사회는 물질적으로 많은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움을 누리지 못하고, 성공에 대한 강박으로 인해 사회 전반에 긴장감과 불안이 널리 확장되었다. 현재 한국은 이로 인해 결혼과 출산이라는 통과의례가 더 이상 축복이 아닌, 고통과 선택의 문제로 대두되며 출생률은 세계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떠안고 있다. 이처럼 가족이 성립이 어렵고, 또한 해체되고 와해되어 가는 이 시대에 박정희선생의 육아일기와 가족여행그림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가족이라는 사회의 기본단위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워지는 시점에서, 진한 사랑을 보여주는 박정희선생의 육아일기는 우리시대 부모의 절대적인 사랑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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